기술은 폭발적으로 진화하지만, 생산성 그래프는 정체되어 있다. 문제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경제가 그 속도를 측정할 언어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성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1. 왜 지금 ‘생산성 재구성’을 말해야 하는가

2020년대 중반, AI와 자동화 기술은 기업과 경제 전반에 도입되었지만, OECD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여전히 정체다. 기술이 문제라기보다, 경제가 그 속도를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내부 구조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성장은 단순한 ‘수치 계산’이 아니라, ‘전환 속도’에 달려 있다.

2. 맥락: 효율 중심 경제에서 전환 중심 경제로

산업화 시대 생산성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라는 효율 중심이었다. 디지털·AI 시대는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고, 얼마나 깊이 학습하는가’가 핵심이다. 기업과 노동 시장은 반복 가능한 효율보다는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 즉 전환 가능성을 요구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 Work Trend Index와 구글 DORA Metrics에 따르면, 기업들은 단순 생산 단위를 세지 않고, 변화에 대한 응답 속도를 새로운 생산성 지표로 활용한다. 경제 구조는 효율이 아닌 학습과 적응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3. 분석: 학습하는 경제와 전환 효율

AI·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경제 내부의 학습 구조를 재구성한다. 노동 시장은 기술 스킬보다 문제 정의 능력을 요구하고, 기업은 반복 가능한 효율보다 전환 가능한 구조를 설계한다. 초기 도입 단계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은 구조적 학습 비용이며, 장기적으로 경제 적응력을 결정한다.

OECD·IMF 지표가 포착하지 못하는 ‘전환 효율’이 새로운 생산성 핵심이다. 기술과 경제 시스템 간 괴리가 바로 이 지표 부재에서 비롯된다.

4. 전망: 세 가지 시나리오

  • 시나리오 A – 측정 혁신: AI·데이터 기반 실시간 생산성 지표 도입, 전환 효율이 경제 언어로 정착.
  • 시나리오 B – 구조 병목: 기술 확산은 빠르지만 제도·정책·노동 적응이 느려 성장률 정체 지속.
  • 시나리오 C – 의미 재정의: 생산성이 수치가 아닌 사회적·창의적 가치 지표로 전환, 경제 패러다임 변화.

현재 세계 경제는 B와 C 경계에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경제 시스템은 과거의 언어로 속도를 재고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경제 구조다.

5. 결론: 생산성 이후의 경제

생산성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얼마나 유연하게 전환하는가’가 새로운 성장 기준이다. 효율 중심 시대가 남긴 질문은 단 하나: “경제는 기술 속도에 맞춰 스스로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

기술이 바꾼 것은 생산 도구가 아니라 경제의 문법이다. 그 문법이 다시 쓰이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성장 정의 앞에 서 있다.